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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주도립 제주합창단의 118번째 정기연주회는 평소보다 다른 특징이 있다.
'제주어는 선율을 타고'라는 제목처럼, 합창단이 무대 위에서 들려준 11곡 모두 제주어 가사를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모두 이번 공연을 위해 만든 곡으로 전부 초연이다. 무엇보다 11곡의 가사는 제주문인협회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다.
가사는 양전형, 박희순, 김지연, 故 김종두, 故 강통원, 안상근, 현문길, 강순복, 김승현, 고성기, 조선희가 썼다. 작곡은 정은선, 김지현, 전송이, 강문칠, 안현순, 배성운, 이성민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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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서 제주어와 함께 제주 문화와 섬 사람들의 삶·감정까지 접근했다.
사랑하는 이를 부르는 서귀포여인(제목 : 곱닥헌 서귀포 비바리), 구덕에 눕힌 어린 아이를 재우는 자장가(애기업게 웡이자랑), 제주해녀의 고된 삶(이어도에 간 어멍), 철없는 귀여운 여인(비바리야 냉바리야),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는 존재(뚜럼), 오션릴게임
섬이라는 거칠고 척박한 환경(섬은 무사 짜?) 등 전통적인 제주를 바라봤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그리움을 곱씹고(새연교에 서다), 내 안에서 하얗게 남아있는 추억들(기억조각),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인연(이녁이라는 말) 등 현대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감정을 제주어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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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추모의 뜻을 담은 작품(그들은 속솜)도 빠질 수 없다.
공연에서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곡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비교적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는 곡들도 눈에 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전통적인 감각을 가미하면서 무반주로 연주한 '뚜럼', 다채로운 제주어가 사용되고 남녀 연주자가 전통 복장으로 연기까지 소화하면서 타악기종근당 주식
로 속도감까지 입힌 '비바리야 냉바리야', 강인한 인상을 전면에 내세운 '섬은 무사 짜?'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4.3 추모곡 '그들은 속솜'은 실험적인 면이 돋보이는데, 타악기인 팀파니를 사용하면서 강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목소리 연주 역시 감정을 몰아치는 동시에 "속솜!"이란 단어를 외마디로 흘리는 강약조절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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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에서는 합창단원들이 피해자들의 이름을 속삭이는 구성을 더했다. 이 때 화면에는 짧은 설명만 간단하게 띄우는데, 오히려 4.3 희생자 명단을 나열하는 보다 적극적인 영상 연출을 시도했다면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사족을 더해본다.
전송이, 안현순 작곡가는 다른 곡에서의 상반된 감정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정은선 작곡가는 제주 전통적인 선율을 잘 구현했다. 강문칠 작곡가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노익장을 뽐냈다. 이성민 작곡가는 감미로운 느낌으로 가사에 힘을 불어 넣었고, 배성운 작곡가는 4.3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본인만의 접근으로 잘 풀어냈다. 덧붙여 멜로디 자체에서 극적(劇的)인 매력을 담아낸 김지현 작곡가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무대에 올려진 11곡 가운데 다수는 서정적인 곡으로 분류될 만 하다. 곡 자체가 지닌 매력과는 별개로, 전반적으로 유사한 인상을 준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시 자체가 지닌 분위기를 감안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시(詩)'라는 특징을 잘 살려낸 구절이 돋보였다. '제주휘파람새'에서는 "호로로롱"이라는 의성어를 살려냈고, '그들은 속솜'은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담긴 단어 "속솜"을 표현하는데 공을 기울였다. 
'이어도에 간 어멍'에서는 해녀들이 내는 소리인 "호오이 호오이"를 감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전복과 바꾼 이승"이라는 핵심 가사를 강조했다. '섬은 무사 짜?'는 "그리움은 짠 것"이라는 압축적인 가사에 힘을 실었고, '이녁이라는 말'에서는 "오늘도 이녁이 있어 견뎌냈다"는 가사를 반복하면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임희준 지휘자는 지난 2월에 제주합창단에 왔다. 6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제주문인협회,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무대를 완성했다는 사실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빛난 무대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제주합창단 상임지휘자 임희준에 대한 관심은 꽤나 흥미롭다. 실로 모처럼 제주 출신 지휘자가 왔다는 정서적인 면 이외에도, 탄탄하게 경력을 밟아왔다는 부분에서 그에게 거는 높은 기대가 합창단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다.
지난 3월 25일 열린 취임연주회는 임희준 지휘자의 색깔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교회음악이라는 자신의 근본을 간직하면서,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면이 강조되는 곡을 과감히 택했다. 동시에 친근한 율동까지 섞어가며 대중적인 눈높이도 맞추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간 예술단체와 함께 제주어 창작곡 연주회라는 만만치 않은 작업까지 짧은 기간 안에 성사시키면서, 제주의 많은 음악인들이 왜 기대를 거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저조한 관객 수, 편충된 관객 연령층 같은 과제는 비단 제주합창단만의 것이 아니다. 막중한 짐을 짊어진 젊은 지휘자가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제주합창단은 11월 18일 창단 4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